UXUI 디자이너 TIL,WIL

06.17.2024 TIL (섣부른 기대는 무엇보다 못하다)

아네린이 2024. 6. 17. 00:41

저번주 금요일은 각자의 최종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발표회였다.

발표연습을 하고, 발표를 하고, 질의문답 시간을 가지고, 부스를 운영하며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질문을 오면 대답을 한다.

대망의 날이었지만 나는 결론적으로 금요일날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우리 팀의 작품이 너무 좋다고 생각을 했어서 왜 1등을 하지 못했지? 라는 생각에 빠지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발표회가 이번 경주의 마지막 한바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발표회가 끝난 직후 1등 프로젝트를 뽑고 그들의 수상소감을 들으며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발표 때 너무 떨었는지 몸살 기운이 살짝..) 배고파하고 있었다. (저녁을 안 먹었기에..)

4개월의 캠프 마지막 피날레의 날을 1등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며 끝나게 한 프로그램의 스케줄이 너무 속상했다.

캠프 생활의 마지막을 1등과 나머지처럼 느끼게 한 주최 쪽에도 아쉬움을 느꼈다.

 

그 생각으로 마음이 조금 악해졌고 악해진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왜 나는 1등 하지 못했지? 우리 진짜 잘했는데..

 

토요일은 잠실에 가서 많이 걸어 다니고,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도 타며 오랜만에 운동을 했다. 쇼핑도 하고 영화도 봤지만 그럼에도 잠드는 순간에는 우울했던 것 같다. 왜 1등을 못했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일요일은 오전부터 부모님과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갔다. 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니 머리가 생각을 멈췄지만 집에 와서 휴식을 하고 나니 다시 나의 머리는 그 생각으로 가득 찼다. 왜 1등을 못했어?

 

점심을 먹으며 엄마와 캠프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1등을 못해서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맛있게 삼겹살을 먹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1등을 했어야 했는데..

 

할아버지의 식사를 챙겨드리고 저녁을 먹고 빨래를 개다가 떠올랐다.

최종 프로젝트 후반부쯤 1등을 해서 자료화면으로 우리의 프로젝트가 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내가 떠올랐다.

 

그때부터 점점 우리 팀이 1등을 한다면? 우리 팀이 1등 할지도 몰라! 우리 팀이 1등 할 것 같아! 우리 팀이 1등 할 거야!

라고 생각을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토요일 인사이드아웃 2를 봤는데 그 영화에 나온 불안이를 보며 어..? 저거 난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잘해야 한다는 욕망으로 변질되어 나의 원래 모습과 열정을 변질시킨다. (영화 내용)

그게 딱 나였다.

 

그 생각이 들고 나니 문득 든 생각..

어..? 근데 내가 왜 1등을 하려고 했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못 찾았다. 왜 1등을 하려고 했었는지..

나는 최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제를 찾기 위해 리서치를 하는 게 너무 재밌었고, 논문과 연구결과를 찾아보며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게 너무 흥미로웠다. 프로젝트의 모든 단계를 팀원들과의 열띤 논쟁을 통해 하나하나 설정하는 과정도 너무 재밌었고 그 과정 속에서 싹트는 동지애도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디자인으로 탄생하며 아름다운 비주얼을 갖춰가는 게 너무 신기했고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UI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느꼈던 순간이었다. 발표를 하고 사람들이 많은 질문을 해줄 때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우리 부스에 찾아와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해보고 조언이나 질문을 해주는 분들도 너무 감사했다. 나의 아이디어와, 우리의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이런 과정이 너무 재밌었던 건데 왜 나는 1등을 못했다고 악에 받쳐있었을까? 완전 바보다.. 바보..

 

1등을 바라면 50대 50의 결과를 볼 수 있다.

1등을 하거나, 1등을 못하거나.

도박이다. 50대 50의 확률로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1등을 바라지 않으면 100프로의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1등을 못해도 과정이 즐거웠기에 행복했고, 1등을 하면 과정이 즐거웠는데 1등까지 해서 조금 더 행복하고.

 

이걸 이제 알게 되어 스스로 너무 부끄러운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금요일은 못했던 1등을 했던 다른 팀분들에게 열띤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배 캠프 3기는 끝났지만 TIL은 주기적으로 쓰려고 한다.

이런 순간순간이 모두 나의 자산이고 기록해 두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바보 같은 행동을 줄일 수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금방 깨우쳤다! ㅎㅎㅎ 후후후 점점 깨우치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내일부터는 취업준비! 취업 준비도 마찬가지다!

취업 준비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의 재미를 찾아서 즐겨보자!

어디라도 붙겠지~~~

아쟈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