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mgreen & Dragset: Spaces 전시회 리뷰 - 3
<<이 글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전시에 대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 적는 글이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세 번째 방이었던 레스토랑을 둘러본 후 저기로 들어가도 되는 건가? 하는 문을 발견했다.
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주방인지 실험실인지 모를 공간이 있다.
생각보다 가벼웠던 문을 밀어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이 방의 이름은 Untitled(the kitchen), 2024이다.
연구원처럼 옷을 입고 현미경을 보고 있는 두 여자.
똑같이 생겼길래 쌍둥이인가? 연출한 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면 두 여자가 다르게 생겼다.
제작 년도가 2023, 2024인데.. 이 둘은 다른 년도에 만들어진 건지.. 2년을 걸쳐 만들어진 건지 궁금하다.
연구실인가? 할 때쯤 보이는 The Food Lab 그리고 온갖 화학 관련 기호들이 쓰여있는 칠판과 수세미 지우개를 발견했다.
분자요리 같은 과학과 요리를 접목한 그런 음식들이 저절로 생각나는 작품들이다.
요리 쪽으로 가려고 마음먹었을 적 샀던 요리전문서적 The Food Lab.. 이곳에서 마주칠 줄이야.
너무 반가웠다. 저 책 나도 읽어야 하는데 말이지..!
바로 옆에는 쌀더미가 올려져 있는 구르마가 있다.
처음에는 유기농 과학?이라는 단어와 현미경 아이콘만 눈에 들어왔었는데..
보다 보니 구르마가 이상하다. 이 상태에서는 움직일 수 없다. 바퀴가 무용지물인 것이다.
이곳에서도 활용된다. 물건이 자기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장화, 침대, 세면대처럼 이 쌀더미도 짝수이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유리창에 'I'를 그리고 있던 소년의 모습과 그 유리에 비춘 소년이 생각난다.
다신 보지 말자!라고 쓰여있던 집 안 거울 속 나의 모습도 생각난다.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똑같이 생겼다. 마주한다라... 이거 참 어렵다.
엄청난 청결을 유지하고 있는 키친이 보인다.
그 와중에 옥에 티, 담배가 가득 쌓여있는 재떨이가 하단에 떡하니 놓여있다.
사이렌 울리듯 돌아가고 있는 경광등 그리고 조류의 뼈 모형.
가만히 보니 첫 번째 방에 있었던 소년을 바라보던 검은색 새와 닮았다.
레스토랑에서 봤던 칼로리가 적혀있는 접시들과 접시 트롤리!
이전에 연회장에서 단기 아르바이트할 때 봤던 트롤리가 너무나 반가웠다.
식재료 하나 없이 주방 도구들만 즐비하다 보니 묘하게 고문현장 같기도 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식재료들에게는 이곳이 고문현장이나 다름없는 곳이겠지.
삐져나온 파스타와 새 둥지 속 "How to become a bird" 책이 보인다.
이 둥지 속에 있어야 했던 알은 다른 장소에 있었다.
냉장고 안에 있는 부화기
거대한 알에 크랙이 생겼다. 곧 부화를 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다음 방으로 이동한다.
이 방의 이름은 Untitled(the studio), 2024이다.
웃통을 입지 않은 상태로 페인트를 뿌리며 무언가를 하는 사람.
아마 작가 스스로를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의 모습이 반사되는 소재를 활용했다.
이 작품은 예수님의 상처에 직접 손을 넣어 확인해 보는 성 토마스를 나타냈다고 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인정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다.
구멍이 많아서 그런지, 너무 리얼해서 그런지 괜스레 기분이 나쁘고 꺼림칙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넓은 도구를 활용하여 큰 모양을 그리는 웃통을 벗고 있는 화가
좌측에 위치한 하이웨이를 그리는듯한 느낌도 있다.
이 작품은 고속도로의 질서를 나타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규칙들이 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이에 관련하여 몇 가지 더 설명해 주었지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인데 질감이 매우 독특하다. 정말 아스팔트 바닥처럼 느껴진다.
연구실 같았던 키친을 통해 레스토랑을 지나가며 찍은 작품이다.
첫 번째 방 아이의 책상에 있었던 반고흐의 귀 모형의 다른 버전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상단에 기다란 네모는 다이빙 점프대라고 한다. 우측 하단에 있는 것은 수영장에 들어가는 계단이다.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시회장을 나가려는데 매표소 같은 곳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피노키오 키링에 열쇠들이 달려있다.
좌측 방에서는 단편영화가 켜져 있었는데 이 유머가 참으로도 마음에 들었다.
키 여기 있으니 알아서 영화 보러 들어가세요~
관객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마지막 유머가 너무나 센스 있다.
30분가량 영상을 보았는데 작품들이 서로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지루한 듯 흥미로운 듯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마지막 전시에 관련된 정보를 한번 더 훑어보며 전시관람을 끝냈다!
수많은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하며 전시를 관람하게 만드는 방법이 획기적이고 참신해서 재밌게 느껴졌다.
전시회장이나 미술관에 진열된 회화 작품들도 너무 좋지만 이런 역동적인 설치미술도 매력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치미술은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수익은 어떻게 내는걸까? 입장권으로만...?
궁금하다.
너무 재밌게 즐겼던 Elmgreen & Dragset의 Spaces 전시회 관람 후기 끝!
<작가에 대한 Background>
좌. 마이클 엘름그림(Michael Elmgreen), 1961년생, 덴마크 출신, 시를 쓰고 공연을 했다.
우. 잉가 드라그 셋(Ingar Dragset), 1969년생, 노르웨이 출신, 연극을 공부하고 있었다.
두 작가 모두 정규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 둘은 원래 연인 관계였으나 지금은 헤어지고 공적인 사이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 두 작가는 1994년 코펜하겐에서 만나게 되어 1995년부터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이건 여담인데, 구글에 있는 모든 사진들이 투샷으로 찍혀있어서 누가 엘름그린이고 누가 드라그 셋인지 알아내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ㅎㅎ
2016년 뉴욕의 록펠러 센터에 반 고흐의 귀를 설치했다. 높이 9m의 빈 수영장을 나타냈으며 가장 짧은 면이 수직으로 서 있다. 상단에 보이는 길쭉한 네모는 다이빙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