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줄리앙의 종이세상 전시회에 무료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다녀왔다.
도슨트님이 설명해 주시는 것까지 포함하여 진행했어서 더욱 재밌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전시회장은 생각보다 작은 편이었고 인상 깊은 점은 건물 밖 1층에 종이인간으로 된 조형물이 이곳저곳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장 줄리앙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무료 전시회 티켓이 생겨서 갔던것인데 알고 보니 인스타에서 매우 사랑받고 있는 화제의 아티스트라고 한다. 현대인들의 문제를 가벼운 일러스트 그림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것에 능한 아티스트이다. 특히 한국인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한다.. ㅎㅎ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았다.
이번 전시는 종이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스토리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한다. 세계관이 조금 어지럽지만.. 이해하고 나면 아~ 하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생각했던것보다 가볍고 쉬운 이야기였다.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대중들의 사랑을 더 받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맵 플로어 및 전시회에 대한 가벼운 설명이 적혀있는 팜플렛이다.
우선 첫번째 방 Paper Factory부터 둘러보았다.
종이에 인간 모형이 그려지고 색칠된 종이인간들이 이를 잘라낸다.
잘라낸 종이 인간들은 컨벨트에 올라가고 색칠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불량 종이 인간을 걸러내는 선별 작업을 진행한다.
이때 스피커에서 공사장 컨벨트 소리가 흘러나와서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컨벨트에서 1차로 걸러진 불량품들은 천장에 매달린채 대형 종이인간에게 2차 선별 과정을 겪는다.
걸려있는 불량품들에 조금 더 불량품 스러운 모습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옆에는 대형 종이 인간이 있지만 그 또한 종이인간의 창조자는 아니다.
뒤를 보면 대형 종이 또한 색칠된 종이인간에게 탄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모형 말고도 이런 저런 동물과 특이하게 생긴 것들이 그려져 있다. 선사시대의 벽화가 생각난다.
실수인 건지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도슨트 님이 세 번째 방부터 들어가셔서 따라 들어갔다.
이 방의 이름은 Snake Room이다.
사람의 키보다도 커다란 뱀이 방을 꽉 채운 상태로 있다.
빅뱅을 시작으로 공룡, 원시인, 문명 사회, 이집트, 전쟁 등 우리의 역사를 뱀의 몸통에 새겨두었다.
터치는 소리를 "BAM"이라는 효과음으로 표현하였는데 한국어로 BAM이 뱀이라고 불린다는 걸 장 줄리앙이 굉장히 놀라워했다고 한다. BAM..! 뱀..! 스네이크 뱀..! ㅎㅎ
뱀의 모양을 한 벽화를 따라 걷다보면 꼬리쯤 그림이 끝이 난다. 그리고 그 반대쪽 꼬리부터 새로운 그림이 시작된다.
새로운 땅에 씨를 뿌리고, 나무가 자란다.
그 나무를 베어 종이를 만들어낸다. 장 줄리앙이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은 실패작이었기에 쓰레기통에 꾸겨서 버려버린다.
그 종이에 있던 인간의 모양을 한 것이 "종이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종이인간이 더 많은 종이인간을 만들어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신박한 상상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컸다. 뱀의 한면에서 지구가 멸망하였는데 어찌하여 다른 한 면에서 새로운 인류가 도끼를 이용해 나무를 베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연결고리가 조금 아쉽다고 느꼈고.. 그저 상상력을 활용하여 여러번의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이 열광하게 만든 것이 장 줄리앙의 매력포인트 및 주의 깊게 보게 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장 줄리앙이 사용하는 색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흰색을 많이 섞은 파스텔톤인데 그럼에도 쨍하면서 너무 예뻤다.
스네이크 룸을 보며 이 큰 조형물을 어떻게 옮겨온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작업실에 있는 모든 건 설치미술이며 직접 이 공간을 작업실로 활용하며 그림을 그리고 배치를 한 거라고 한다. 신기하다.
전시를 보다보면 돌아다니고 있는 서빙로봇을 볼 수 있다.
도슨트 님은 이 로봇을 보며 인간도 언젠가는 로봇에게 모든 걸 대체당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하셨다.
인류, 종이인간, 로봇... 조금 난해하다.. 정리되지 않은 느낌으로 복잡하지만 이 또한 장 줄리앙의 매력일 거라 생각한다.
다음은 마지막 방이자 두번째 방 Paper City이다.
인간을 따라 하다 보니 종이인간의 세계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매우 흡사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더 이상 그릴 종이가 없어 종이인간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원조 종이인간.
백화점 쇼윈도 속처럼 진열되어 있는 종이인간들.
실제로 해외 백화점에 대형 설치물로 설치되어 있던 모형들의 미니미 버전이라고 한다.
이 시티에는 갤러리도 있었다. (이 그림들은 밑에서 나올 장 줄리앙의 판화와 연관되어있다고 한다. 흑백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도서실도 있고~ (이 도서실에서 수염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본인의 모습을 숨기려고 했던 원조 종이인형이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다니는 에피소드도 있다고 한다.)
카페도 있고~ (카페에 있는 메뉴명이 유머러스하다.)
카페 뒤에는 도로 위의 무법자들이 자주 있는 뒷골목도 있다.
굴뚝도 있다. 이 속에는 여러 가지 풍자를 곁들인 장 줄리앙의 유머를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가서 그림을 보질 않는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고 셀카 찍는 것을 위해 온통 줄 서있길래.. 직접 들어가서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못했다.
꽃집도 있다. 이전 전시에서는 이 종이꽃을 방문자에게 한송이씩 직접 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공간에서 종이꽃이 제일 탐난다!
영화관까지 보고 나면 이 방에 있는 모든 방은 다 본 것이다.
종이인간이 다른 종이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기 위해 스스로의 얼굴을 잘라내는 장면,
No Copies라고 하는 저작권에 관련된 이야기 등을 통해 아티스트의 고충을 엿볼 수 있다.
떠나는 출구에서도 그의 익살스러운 그림이 있다.
장 줄리앙의 판화 작품을 살 수 있는 기회로 무료 티켓을 얻었던 거라 나는 도슨트 님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이게 판화라고?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한 판화는 흑백의 그런 판화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색이 쨍하고 예쁘지?
물어보니 실크스크린 기법이라고 한다.
이 전시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실크스크린! 이 날부터 판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현재는 판화 책을 사서 읽으려고 하고 있다.
이 판화를 통해 우키요에까지 알게 되었다.
인스타에서 핫하디 핫한 아티스트 장 줄리앙.
이번 전시를 통해 나 스스로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고, 대중들의 열광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불안하기도 했다.
전시회 자체가 나와 결이 딱 맞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긴 했지만.. 그럼에도 배운 것이 정말 많다.
이 확실하지 않음이 확실해지는 날이 올때까지 나는 미술을 계속 탐구하고 알아가 볼 예정이다.
그럼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 리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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