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전시에 대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 적는 글이니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 방은 The Amorepacific Pool, 2024이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넓은 수영장!
방의 이름 The Amorepacific Pool 답게 정말 큰 수영장이 있었다.
물만 안채워져있을 뿐이지 웬만한 호텔 수영장 사이즈는 되는 듯하다.
엘림그린과 드라그셋 작가가 아모레퍼시픽 전시회장의 크기를 보고 반했다는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펼치기에 이 작업공간이 딱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장 안, 그리고 그 근처에는 총 4명의 사람이 있다.
신기한 듯 두 손을 창에 가져다 대고 구름을 바라보는 소년,
물이 없는 수영장 안에서 VR을 쓰고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
수영장 감시탑 의자에 올라앉아 망원경으로 어딘가를 보고 있는 남자,
수영장 끝에 걸터앉아 두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아래를 보고 있는 소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명확하진 않다. 이런 불확실한 것들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걸터앉은 소년은 의기소침해 보여서 그런지 특히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일까 그 소년 뒤에는 구명튜브가 있다.
세라믹(확실하지 않음)으로 만들어진 무거운 구명튜브.
물속에서 사람을 띄우기 위해 더욱이 가벼워야 하는 물건이 물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첫 번째 방 집 현관에서 보았던 구멍 뚫린 장화가 다시 한번 생각나는 순간이다.
물이 채워지지 않은 수영장 안에 한줄기의 물이 보인다.
수영장을 이리보고 저리 보며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데 안내요원이 무어라고 말을 했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오디오 가이드를 듣고 있던 터라 다시 물었다.
"네? 뭐라고요?"
"여기에도 작품이 있다구요"
하얀 벽을 가리키며 작품이 있다고 하는 안내요원.
장난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안내요원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500원 동전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구멍이 보였다.
그냥 구멍 아니야? 이게 작품이라고? 어떻게 보라는 거지? 뭐를 하라는 거야?
안내요원은 여기에도 작품이 있다는 말만 하고 나를 내버려두었다.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작품이다.
조심스럽게 구멍과 눈높이를 맞춰 구멍 안을 들여다보았다. 시꺼먼 공간이 보였다. 그리고 무슨 냄새가 났다. 쾌쾌한 냄새.
이게 뭐지? 냄새가 포인트인 작품인가..?
다시 한번 안내요원에게 도움을 청하듯 쳐다보았다. "혼자 해결해 보세요"라고 말하듯 직접 도와주진 않았다.
한 번만 다시 보자. 이게 뭔지 끝까지 알아보자. 이대로 지나쳐버리면 궁금해서 밤에 잠을 못잘지도 몰라.
다시 한번 구멍 속을 들여다보았다.
어? 저게 뭐지..? 달인가? 달에 있는 토끼모양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모르겠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달이라고 한다.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졌다. 달이 맞았네!
이 넓은 공간에서 나 혼자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니, 왠지 모를 유대감까지 생기는 기분이었다.
신기하면서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수영장을 걸어 나오면서 드는 의문, 저 의자 위 남자는 망원경으로 도체대 무엇을 응시하는 걸까?
어디를 보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의 시선 끝에 가보는 수밖에!
시선을 따라가 보니 수영장에 들어오는 입구에 도착했다.
이로 인해 이 수영장의 감시요원이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탈출에서 힌트를 찾아 문제를 풀 듯 왠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빠르게 걸으며 전시회를 후다닥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몰랐을 힌트를 찾아낸 것 같아 더더욱 재밌었다.
시간을 두고 보는 사람, 다양한 관점으로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재밌는 전시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은 세 번째 방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있는 작은 방이다.
도시 속 빛나는 건물들이 거꾸로 매달려있다. 이 작가들은 하늘을 정말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하늘, 구름, 새, 달을 좋아해서 이 전시회가 더 재밌는 걸까..?
빛나는 건물들은 은색으로 된 프레임 안에 들어있는데 묘하게 이 프레임 속에 들어가는 게 룰을 어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도 프레임 밖에서만 작품을 관찰하고 코너 밖으로 걸어 방을 나갔다.
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니 용기 내어 들어가 보자!
작품 속으로 들어왔다.
머리 위에 있는 건물들이 쏟아지듯 위치해 있다.
프레임 밖에서 도시를 보는 것과 직접 도시 속으로 들어와 보는 것은 느낌이 달랐다.
조금 더 위협적이게 느껴졌고 밖에서 볼 때보다 빛나지 않았다.
뉴욕에 살 때가 생각났다."뉴욕"이라 함은 빛나는 도시, 멋진 도시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막상 그곳에서 거주를 하면 위협적이고 냄새하고 상상만큼 빛나는 곳이 아니라는걸 알 수 있다.
이런 부분까지 작가들이 고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관점으로 도시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도시를 넘어 파인다이닝처럼 비싸보이는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이곳은 세 번째 방 The Cloud, 2024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리셉션 데스크.
데스크 위에 있는 노트엔 구름이 그려져 있다.
리셉션 데스트의 맞은편에는 토끼 코스튬을 한듯한 여자가 누워있다.
토끼 머리가 있어서 그나마 코스튬처럼 보일 뿐이지 옷만 보면 부드러운 잠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급 레스토랑에 잠옷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편하게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라.
정말 앞뒤에 안 맞는 모습이다.
고급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찔리는 내가 떠올랐다.
외국에서 거주하던 중 슬리퍼를 신었거나 반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레스토랑 입구에서 출입을 거절당했던 기억 때문인 걸까?
혹은 너무나도 비싼 음식의 가격 때문인 걸까?
또는 정장과 구두를 갖춰 입고 포멀 한 말투로 딱딱하게 나를 대하는 종업원 때문인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어도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체할 것 같고,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
내 돈 내고 눈치 보는 게 불편해서 더더욱 고급 레스토랑을 선호하지 않게 된다. (물론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그런 공간에서 이렇게 편하게 신발도 안 신고 소파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니 나도 따라 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형임을 알고 있지만 너무나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있어 무서울 정도였다.
주름 하나하나 너무 디테일하다.
이것은 작품 이름이 있진 않았지만 떨어진 23번 옷걸이 태그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싶어 사진을 찍어보았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보면 빛을 발산하는 것 같은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여성의 꼬리뼈 모형이라고 한다. 조명을 받아 일렁이듯 뿜어져 나오는 색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생각해 보니 입구부터 수영장까지는 모두 남자(소년) 모형이 있었고, 이 레스토랑부터는 여자 모형들이 있다.
꼬리뼈가 왜 있는 거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여성과 연관된 어떤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벽을 돌아 걸어가면 레스토랑 내부가 보인다.
한 여자가 혼자 테이블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다.
정말 사람처럼 생겨서 깜짝 놀랐다.
접시에 음식도 없고 잔에 와인이나 물도 없는 것을 보아하니 이 여자는 일행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는 것 같다.
핸드폰으로 홍민기라는 남자와 페이스타임을 하고 있는데 특유의 동성애 남자의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다.
있잖아~ 내가 말이야~ 그래서 그랬거든~? 그래서 내가 걔를 확 채갔지 모야~ 아무튼 걔가 말이야~ 진짜 돈이 많아 보였거든~? 그랬찌 뭐~
이런 류의 말을 혼자 하고 있었다.
분명 대화를 나눠야 하는 페이스타임임에도 혼자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낀 건 이 여자가 모형이라서가 아니다.
실제로 저 핸드폰 속 남자처럼 혼자 할 말만 하는 친구가 있어봤기에 이건 대화가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의 얼굴을 보면 따분해 보이고 무료해 보인다. 전혀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대화가 따분하고 무료한 걸까?
아니면 레스토랑에 도착해 일행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한 걸까?
함께 대화를 하는데도 외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은 어딜 가나 존재한다.
테이블을 자세히 보면 접시에 칼로리가 적혀있다. 접시마다 칼로리가 다 다르다.
대략적인 칼로리가 아닌 숫자 1의 자리까지 값이 매겨있는 걸 보니 왠지 답답하다.
칼로리에 집착하는 현대인(나 포함)이 생각난다.
필요한 정보야!라고 생각해서 받았지만 막상 그 정보가 쌓이고 쌓이면 스트레스가 되고 불필요한 쓰레기처럼 느껴진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3개의 하늘 속 사진이 들어있는 조형물이 있다.
작가가 교토, 상태, 부산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활용한 거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작품의 이름을 보면 영어 작품명이 모두 그 나라의 언어로 되어있다.
Busan wi Haneul 부산의 하늘.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나라의 언어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을 보아하니 이 작가들이 하늘에 정말 정말 진심이구나 라는걸 한번 더 알 수 있었다.
3개의 구름 조형물을 담을 수 있는 각도에서 한 컷 더 찰칵!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 신기해서인지 와다닥 붙어 휴대폰을 함께 보고 있는 관람객 3명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진을 하나 찍었다.
조형물인 그녀의 얼굴보다 더 흥미로워하고 신기해하는 표정이 대비되어 더 신기하게 다가왔다.
(초상권으로 인해 모자이크 한 사진으로 올려야 하는 게 너무나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세 번째 방까지 모두 기록을 완료하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의 넘버는 적혀 있지 않지만, 이 레스토랑의 키친, 그리고 그 안쪽에 있는 스튜디오가 남아있다.
<<to be continu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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